척금헌 잡영
淸溪晩雨 청계만우
맑은 시내에 늦은 비
東風吹雨來 동풍취우래
때마침 동풍이 비를 몰고와서 뿌리네
濯此人間熱 탁차인간열
열나는 인간세상사 더위를 씻어주네
如從道士歸 여종도사귀
도닦으러 가시는 도인의 뒤를 따라가서
臥聽淸溪咽 와청청계열
저맑은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누워서 들어볼까나.
滌襟軒雜詠 三首 척금헌잡영 3수
冠岳晴雲관악의 개인 구름
何物得長生 어떤 物이 오래도록 한가할까
浮雲亦多事 뜬구름 역시 일이 많나니
飛揚遠水邊 먼 물가에서 날아올랐다가
起滅長空裏 긴 하늘 속으로 일었다 사라지노라.
7.
平郊牧笛평교 목동의 피리소리
人間足是非 인간에는 시비가 많아서
世上多憂喜 세상에는 기쁨과 근심도 많아라.
牛背笛聲人 소등에 피리 부는 이여
天遊吾與爾 天遊는 그대와 나 뿐이네.
1. 天遊: 자연을 벗하여 사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움.
8.
前江漁唱앞 강 어부의 노래
歌起蓼花灣 여뀌꽃 물굽이에 노래소리 일고
江童理漁罩 강촌의 아이는 가리를 손질하네.
幽人初罷眠 묻혀 사는 이 막 잠에서 깨니
落月隨歸棹 돌아오는 배 따라 달도 지어라.
9. 棲霞堂雜詠 四首 서하당잡영 4수
松窓 송창
倦客初驚睡 게으른 객이 갓 놀라 깨어
中宵獨倚窓 한밤에 홀로 창가에 기대니
無端萬壑雨 무단히 만 골짝에 비가 내려
十里度前江 십리 앞 강을 지나네.
10.書架서가
仙家靑玉案 仙家에 청옥 책상
案上白雲篇 그 위에 ‘백운편’
盥水焚香讀 손 씻어 향 사르고 읽으니
松陰竹影前 솔 그늘에 대 그림자 앞에 어울려!
춘흥(春興) : 봄의 흥취
정 몽 주
春 雨 細 不 滴(춘우세부적)터니, 봄비 가늘어 방울짓지 않더니,
夜 中 微 有 聲(야중미유성)이라. 밤중에 작은(가는) 비소리 들리네.
雪 盡 南 溪 漲(설진남계창)하니, 눈 녹아 남쪽 개울이 불어나니
草 芽 多 少 生(초아다소생)고.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
梅花小幅(매화소폭)/秋史 金正喜(추사 김정희)
★*.
看花要須作畵看(간화요수작화간)
畵可能久花易殘(화가능구화이잔)
詩中香是畵中香(시중향시화중향)
休道畵花畵香難(휴도화화화향난)
(해설)
꽃을 보려거든 그림 그려 봐야하네
그림은 오래가나 꽃은 쉬이 시드나니
시 속의 향기가 그림 속의 향기인 걸
꽃 그려도 향기는 그리기 어렵다 말 마소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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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吉水(과길수)/楊萬里(양만리, 1124~1206)
★*.
風券寒江浪濕天(풍권한강랑습천)
斜吹亂雪忽平船(사취난설홀평선)
碧琉璃上瓊花裏(벽유리상경화리)
獨載詩人孟浩然(독재시인맹호연)
(해설)
찬 강에 바람 불어 물결을 말아 올리더니
눈발이 흩날리자 순식간에 잔잔해진다
유리같은 강물 위에 옥같은 눈꽃 피는데
홀로 배를 탄 이는 시인 맹호연이구나
平郊牧笛 평교목적
송강 人間足是非 인간족시비
평교 목동의 피리소리 인간에는 시비가 많아서 1. 天遊: 자연을 벗하여 사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움. |
春日卽事 鄭 道傳
春到園林淑景明 춘도원림숙경명
遊絲氣絮弄新晴 유사기서롱신청
鳥啼聲裏無人到 조제성리무인도
寂寂雙扉晝自傾 적적쌍비주자경
동산에 봄이 오니 날씨도 청명하여
아지랑이 버들솜은 갠 볕을 희롱하네.
우짖는 산새소리 오는 사람 전혀 없어
적적한 쌍사립은 낮에 절로 기울었네
모산(暮山)-김시습(金時習)
저물어가는 산-
暮山如畫掃蛾眉(모산여화소아미) :
저문 산은 그림그린 듯 나의 눈썹 쓸어놓고
輕抹晴嵐淡亦奇(경말청람담역기) :
맑은 산기운 살짝 문지르니 담담하기 절묘하다.
月上松梢鴉亂陣(월상송초아난진) :
소나무 끝에 달 돋으니 까마귀 떼 어지러운데
故城秋籜有寒吹(고성추탁유한취) :
옛 성의 가을 대나무숲에는 찬 바람이 불어온다.
花落憐不掃 화락연불소
月明愛無眠 월명애무면
月作雲間鏡 월작운간경
風爲竹裡琴 풍위죽리금
꽃은 떨어져도 사랑스러워 쓸어내지 못하고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못 이루네
달은 구름사이로 거울이 되고
바람은 대나무 숲속에 거문고가 되네
春夜喜雨 杜甫詩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隨風潛入夜 潤物細無聲 野徑雲俱黑 江船火獨明 曉看紅濕處 花重錦官城
좋은 비는 내려야 할 때를 알고 있어
봄이 되면 내려서 만물을 싹트게 한다
비는 바람따라 조용히 밤중까지 내리고
만물에 생기돌게 하면서 소리내지 않는다
들길도 비구름과 더불어 새까맣고
강에뜬 배의 고기잡이 불만이 밝게 보인다
새벽녘에 붉게 젖은 곳을 보게 된다면
금관성에 꽃이 흠뻑 겹쳐서 피어있는 모습이다. |
催詩雨(최시우)/李栗谷(이율곡, 1536~1584)
★*.
雲鎖靑山半吐含(운쇄청산반토함)
驀然飛雨灑西南(맥연비우쇄서남)
何時最見催詩意(하시최견최시우)
荷上明珠走兩三(하상명주주양삼)
(해설)
구름이 푸른 산을 반만큼 삼켰다 뱉더니
돌연 빗방울 흩날려 서남쪽을 씻어 주네
언제 가장 시 짓고픈 마음을 재촉하던가
연잎 위로 물방울 두세 개 구를 때라네
開春詩會作 (개춘시회작 )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 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언문진서섞어작하니 是耶非耶皆吾子라. 시야비야개오자라. 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처용가
東京明期月良 夜入伊遊行如可
入良沙寢矣見昆脚烏伊四是良羅
二 隱吾下於叱古二 隱誰支下焉古
本矣吾下是如馬於隱奪叱良乙何如爲理古
셔블 발기 다래
밤드리 노니다가
드러자 자리 보곤
가라리 네히어라
둘흔 내해엇고
둘흔 뉘해언고
본대 내해다마난
아자날 엇디하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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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밝은 달에
밤 늦도록 놀며 지내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랑이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내 아내) 것이었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
본디 내 것이다만은(내 아내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겠는가
지족의 즐거움
浮雲富貴奈吾何(부운부귀내오하)
隨分生涯亦自佳(수분생애역자가)
但不愁來何必酒(단불수래하필주)
得安心處便爲家(득안심처편위가)
水仙花(수선화)/黃庭堅(황정견)
수선화
凌波仙子生塵襪(능파선자생진말)
먼지를 일으키는 버선처럼 물결 위를 걷는 신선
水上盈盈步微月(수상영영보미월)
희미한 달빛 아래 물위를 찰랑찰랑 걷는다
是誰招此斷腸魂(시수초차단장혼)
누가 이 애끊는 혼백을 불러
種作寒花寄愁絶(종작한화기수절)
겨울 꽃 심어 꽃피워 애절한 슬픔 보이나
含香體素欲傾城(함향체소욕경성)
향기 머금은 몸의 깨끗함은 성안의 경국지색
山礬是弟梅是兄(산반시제매시형)
산반꽃은 동생, 매화꽃은 형이라네
坐待眞成被花惱(좌대진성피화뇌)
앉아서 보노라니 꽃이 너무 좋아 미칠 지경
出門一笑大江橫(출문일소대강횡)
문을 나와 크게 웃어보니, 큰 강물이 비껴 흐른다
醉客執羅衫 (취객집나삼)
羅衫隨手裂 (나삼수수렬)
不惜一羅衫 (불석일나삼)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술 취하신 님 날 사정없이 끌어 당겨
끝내는 비단 저고리 찢어 놓았지요
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라
맺은 정 끊어질까 두려워 그러지요
◆野雲禪師 偈頌(야운선사 게송) 法名은 覺牛(각우), 號는 夢岩老人
高麗 忠烈王때의 僧侶로 懶翁慧勤(나옹혜근) 禪師의 弟子
來無一物來(래무일물래) 올 때에 한 물건 없이 왔고
去亦空手去(거역공수거) 갈 때도 역시 빈손으로 간다네
自財無戀志(자재무연지) 자기 재물에 연연함이 없는데
他物有何心(타물유하심) 남의 재물에 어찌 마음 두리오
萬般不將去(만반불장거) 만반 갖춘 것도 가져 갈 것 없고
唯有業隨身(유유업수신) 오직 업장만이 이 몸을 쫒는구나.
◆桃源仙境의 畵題
靑初 石濤(석도:1641~1702?) 畵家이자 僧侶. 本名은 朱道濟(주도제)
號는 靑湘老人(청상노인),苦瓜和尙(고과화상),大滌子(대척자)
載鶴輕舟湖上歸(재학경주호상귀) 학 실은 배 호수 위로 돌아가고
重重山色鎖烟霏(중중산색쇄연비) 겹겹이 산 빛은 피어오른 안개에 잠기네
僊家正在幽深處(선가정재유심처) 신선의 집은 그윽하고 깊은 곳에 있고
竹裏鷄聲半掩扉(죽리계성반엄비) 대 숲에는 닭 울고 사립문은 반쯤 닫혔네.
◆春江垂釣(춘강수조) 봄 강에 낚시 드리우고
天空雲盡絶波瀾(천공운진절파란) 하늘엔 구름 다하고 파도는 잔잔한데
坐穩春潮一笑看(좌온춘조일소간) 편안히 앉아 미소짓고 봄 물결 바라보네
不釣白魚釣新綠(부조백어조신록) 백어가 아니라 신록을 낚으려 함인데
乾坤鉤在太虛端(건곤구재태허단) 천지를 낚는 바늘은 하늘 끝에 있다네.
載鶴輕舟湖上歸(재학경주호상귀) 학 실은 배 호수 위로 돌아가고
重重山色鎖烟霏(중중산색쇄연비) 겹겹이 산 빛은 피어오른 안개에 잠기네
仙家正在幽深處(선가정재유심처) 신선의 집은 그윽하고 깊은 곳에 있고
竹裏鷄聲半掩扉(죽리계성반엄비) 대 숲에는 닭 울고 사립문은 반쯤 닫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