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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月堂(金時習) 詩 ,,~최치원(崔致遠)선생 한시

광명기계쟁이 2014. 11. 9. 14:21

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 1. 도중途中-김시습 (金時習)

貊國初飛雪 (맥국초비설)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春城木葉疏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추심촌유주)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客久食無魚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산원천수야)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江遙地接虛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고홍락일외)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征馬政躊躇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 2.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녹라신전제춘삼)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핳제 
理線掂針玉手織 (리선점침옥수직)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自敍一生人命薄 (자서일생인명박)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隔沙窓語細喃喃 (격사창어세남남)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수가원이효앵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撩亂春心意轉迷 (료란춘심의전미)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自愧妾身輕似葉 (자괴첩신경사엽)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食須東里宿須西 (식수동리숙수서)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사균모속자하사)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一見飄風姓不知 (일견표풍성부지)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狂且狡童如鬼疫 (광차교동여귀역)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去時批額奪笄兒 (거시비액탈계아)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 3. 夜雪(야설)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 해진다.....


* 4. 感懷 -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厭+食 포식할 염) 
才名空苦形 (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 5. 사청사우 乍晴乍雨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 (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 6. 유객有客  김시습

 

有客淸平寺 (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 (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 (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 (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 (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 7.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寂寂鎖松門 (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 (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 (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 (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 (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 (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 (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 (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 8. 심(尋訪

 

靑藜一尋君 (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 (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 (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 (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 (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 (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 (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 (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 9. 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 (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 (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 (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 (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 10.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 (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 (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 (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 (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 11.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 (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 (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 (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 (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 12.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 (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 (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 (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 (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 13. 落葉낙엽

 

落葉不可掃 (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 (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 (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 (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 (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 (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 (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 (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 14.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 (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 (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 (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 (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 15.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 (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 (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 (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 (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 16. 途中卽事(도중즉사)-金時習(김시습)

一村蕎麥熟 (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 (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 (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 (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 17. 還山환산

 

山中四月盡 (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 (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 (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 (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 (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 (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 (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 (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 18.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 (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 (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 (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 (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 19. 感懷감회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 (수변취복성) :   시름 속에 취하여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   많았던 내 계획 부평초 신세
經史莫饜腹 (경사막염복) :   경서와 사서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재명공고형) :   재주와 명예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아나 하며
賡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속에서 순임금 만나 화답해보리라


 

* 20. 晩意만의

 

萬壑千峰外 (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 (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 (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 (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 (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 (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 (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 (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 21. 目羞목수

經書今棄擲 (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 (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 (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 (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 (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 (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 (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 (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 22.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 (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 (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 (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 (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 23.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 (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 (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 (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 (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 24.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 (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 (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 (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 (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 25.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 (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 (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 (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 (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 (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 (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 (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 (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 26.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 (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 (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 (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 (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 (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 (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 (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 (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 27.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 (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 (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 (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 (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 28.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 (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 (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 (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 (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 (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 (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 (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 (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 29.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 (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 (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 (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 (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 30. 薄暮2(박모2)-金時習(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 (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 (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 (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 (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 31.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 (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 (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 (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 (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 32.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 (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 (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 (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 (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 33.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 (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 (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 (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 (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 (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 (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 (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 (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 (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 (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 (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 (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 (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 (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 (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 (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 (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 (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 34.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 (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 (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 (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 (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 35.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 (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 (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 (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 (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세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 (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치아니
率土皆稱臣 (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 (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 (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 (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 (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 (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 (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 36.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 (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 (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 (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 (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 (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 (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 (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 (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 37.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 (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 (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 (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 (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 (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 (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 (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 (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 38.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 (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 (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 (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 (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 (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 (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 (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 (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 39.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 (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 (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 (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 (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 (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 (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 (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 (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 40.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 (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 (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 (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 (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 (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 (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 (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 (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 41.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 (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 (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 (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 (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 (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 (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 (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 (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 42.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 (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 (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 (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 (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 (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 43.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 (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 (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 (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 (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 44.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 (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 (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 (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 (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 (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 (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 (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 (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 45.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 (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 (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 (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 (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 (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 (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 (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 (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 46.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 (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 (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 (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 (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 47.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 (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 (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 (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 (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 48.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 (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 (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 (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 (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 49.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 (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 (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 (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 (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 50.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 (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 (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 (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 (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 51.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 (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 (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 (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 (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 52.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 (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 (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 (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 (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 53.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 (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 (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 (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 (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 (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 (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 (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 (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 54.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 (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 (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 (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 (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 (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 (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 (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 (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 55.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 (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 (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 (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 (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 (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 (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 (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 (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 (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䬍 (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颷=폭풍표.)


 

* 56.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 (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 (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 (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 (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 57.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 (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 (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 (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 (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 58.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 (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 (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 (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 (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 (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 (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 (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 (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 59.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 (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 (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 (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 (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 60.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 (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 (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 (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 (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 (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 (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 (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 (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 61.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 (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 (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 (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 (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 (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 (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 (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 (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 62.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 (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 (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 (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 (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 63.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 (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 (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 (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 (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 64. 월야月夜

絡緯織床下 (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 (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 (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 (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 (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 (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 (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 (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 65.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 (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 (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 (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 (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 66.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 (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 (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 (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 (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 67. 구우久雨

茅簷連日雨 (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 (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 (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 (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 68. 소우(疏雨)-김시습(金時習)

疏雨蕭蕭閉院門 (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 (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 (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 (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 69.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連空細雨織如絲 (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 (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 (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 (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 (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 (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 (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 (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 70. 산거山居

山勢周遭去 (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 (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 (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 (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 (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 (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 (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 (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 71. 거幽居)

幽居臥小林 (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 (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 (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 (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 (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 (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 (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 (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 72.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 (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 (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 (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 (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 (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 (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 (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 (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 73.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 (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 (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 (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 (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 74.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 (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 (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 (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 (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 75.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 (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 (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 (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 (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 76.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 (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 (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 (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 (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 77.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 (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 (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 (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 (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 78.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 (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 (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 (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 (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 79. 등村燈

日落半江昏 (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 (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 (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 (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 (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 (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 (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 (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 80.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 (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 (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 (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 (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 본관은 강릉.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

등이며 법호는 설잠(雪岑)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의 6세손인 김주원(金周元)의 후손이다.

무반 계통으로 충순위(忠順衛)를 지낸 김일성(金日省)의 아들이다.

생후 8개월에 글뜻을 알았고 3세에 능히 글을 지을 정도로 천재적인 재질을 타고 났다. 5세에는 세종의 총애를 받았으며, 후일 중용하리란 약속과 함께 비단을 하사받기도 했다. 나아가 당시의 석학인 이계전(李季甸)·김반(金泮)·윤상(尹祥)에게서 수학하여 유교적 소양을 쌓기도 했다. 그의 이름인 시습(時習)도 〈논어 論語〉 학이편(學而篇) 중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과거준비로 삼각산 중흥사(三角山 中興士)에서 수학하던 21세 때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대권을 잡은 소식을 듣자 그 길로 삭발하고 중이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다(→ 생육신). 그는 관서·관동·삼남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는데, 〈매월당시사유록 每月堂詩四遊錄〉에 그때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31세 되던 세조 11년 봄에 경주 남산(南山) 금오산(金鰲山)에서 성리학(性理學)과 불교에 대해서 연구하는 한편,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37세에 서울 성동(城東)에서 농사를 직접 짓고 환속하는 한편 결혼도 했다. 벼슬길로 나아갈 의도를 갖기도 했으나 현실의 모순에 불만을 품고 다시 관동지방으로 은둔, 방랑을 하다가 충청도 홍산(鴻山) 무량사(無量寺)에서 59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속에서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한 채 기구한 일생을 보냈는데, 그의 사상과 문학은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얻은 생활체험은 현실을 직시하는 비판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야를 넓게 했다. 그의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은 불의한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과 맞닿으면서 중민(重民)에 기초한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상을 구가하는 사상으로 확립된다. 한편 당시의 사상적 혼란을 올곧게 하기 위한 노력은 유·불·도 삼교(三敎)를 원융적(圓融的) 입장에서 일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교적 미신은 배척하면서도 조동종(漕洞宗)의 인식론에 입각하여, 불교의 종지(宗旨)는 사랑(자비)으로 만물을 이롭게 하고 마음을 밝혀 탐욕을 없애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또 비합리적인 도교의 신선술(神仙術)을 부정하면서도 기(氣)를 다스림으로써 천명(天命)을 따르게 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한다. 즉 음양(陰陽)의 운동성을 중시하는 주기론적(主氣論的) 성리학의 입장에서 불교와 도교를 비판, 흡수하여 그의 철학을 완성시키고 있는데, 이런 철학적 깨달음은 궁극적으로는 현실생활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저(遺著)로는 〈금오신화〉·〈매월당집 梅月堂集〉·〈매월당시사유록〉 등이 있다.

 

 

 

 

★가을 산행(山行) 

遠上寒山石俓斜(원상한산석경사)-멀리 사람없는 산에 오르니 돌길이 비스듬히 끝이 없구나

白雲深處有人家(백운심처유인가)-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停車坐愛楓林晩(정차좌애풍림만)-수례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숲을 보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서리 맞은 단풍잎이 한창때 봄꽃보다 더욱 붉고나

                                   두목(杜牧) 당 말기 시인 (803-853)


★추야우중(秋夜雨中)-가을비 내리는 밤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가을 바람에 괴로워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창밖엔 밤 깊도록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잔 앞에서 만리길 고향 그리네.

                   최치원 (崔致遠)(857 신라 헌안왕)

 

기아거자 (棄我去者)                     

昨日之日不可留(작일지일불가류)-날 버리고 가버린 어젯날은 머물게 할 수 없고

亂我心者(난아심자)-내 마음 어지럽힌 

今日之日多煩憂(금일지일다번우)-오늘은 얼마나 근심스러운지 

長風万里送秋雁(장풍만리송추안)-긴 바람은 만리서 가을 기러기를 실어보내오고

對此可以甘高樓(대차가이감고루)-이를 대하니 높은 누각에서 마음껏 취하리로다 

蓬萊文章建安骨(봉래문장건안골)-봉래의 문장은 건안의 풍골이요

中間小謝又淸發(중간소사우청발)-중간의 소사 또한 맑고도 수려하다 

俱懷逸興壯思飛(구회일흥장사비)-모두 빼어난 흥 장한 생각 품고날아서

欲上靑天攬明月(욕상청천람명월)-푸른 하늘 올라서 명월을 따려 든다 

抽刀斷水水更流(추도단수수경류)-칼 빼어 물을 베나 물은 다시 흘러가고

擧杯銷愁愁更愁(거배소수수경수)-잔 들어 근심을 삭이나 시름은 더하듯 

人生在世不稱意(인생재세불칭의)-사람 나서 세상에서 뜻대로 되잖으니

明朝散髮弄扁舟(명조산발롱편주)-내일 아침 머리 흩어 조각배나 띄어볼거나

                                                                                              이백

           

★화석정(花石亭)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숲 속의 정자에 가을이 벌써 저물어가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시인의 시상이 끝없이 일어나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멀리 보이는 저 물빛은 하늘에 이어져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서리맞은 단풍은 햇볕을 받아 붉구나.

山吐孤輪月(산토고윤월)-산은 외롭게 생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머금었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변방에서 날아오는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울음 소리 석양의 구름 속에 끊어지네.

                                          이율곡 (李栗谷)

율곡 선생이 8살 때 파주 화석정에서 지었다는 '화석정'이라는 시다.


★추야(秋夜)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疏雨(착인위소우)-가랑비 소리로 잘못 들어

呼童出門看(호동출문간)-아이불러 문박엘 나가보게 하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시냇가 남쪽 나무에 달이 걸려 있구나

                                            정철 (鄭澈) 조선시대

 

상월 霜月

晩來微雨洗長天(만래미우세장천)-저물녘 가랑비 내려 긴 하늘 씻어내고

入夜高風捲暝烟(입야고풍권명연)-밤 들자 높이 부는 바람 어둑한 안개 걷어내네

夢覺曉鍾寒徹骨(몽각효종한철골)-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니 寒氣가 사무치는데

素娥靑女鬪嬋娟(소아청녀투선연)-달빛과 서리가 아름다움을 다투네

                                        이행 李荇

 

 ★추흥 秋興 가을의 흥취 

 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玉같은 이슬에 숲속 단풍나뭇잎도 떨어지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어지러운 산과 골짝기의 기운이 쓸쓸함 가득하구나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江의 파도와 물결은 하늘로 성하게 일고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城위 바람과 구름은 땅 그늘에 이르니 어두어지네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두송이 국화꽃 피니 지난날의 눈물이요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외로운 배 매였으니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겨울옷 준비로 곳곳에 마름질하는 손길 바쁜데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금모침)-白帝城 저 높이 저녁 다듬이 소리 급하다

                                                                두보

 

★이화우(梨花雨) 흣뿌릴 제

이화우(梨花雨) 흣뿌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져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은 오락가락 하노매

                             이매창 기생

선조 때 부안의 명기.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호는 매창(梅窓), 또는 계생(桂生). 노래와 거문고에 능하고 한시를 잘 지었다. 깊이 사귀었던 유희경(劉希慶)이 서울로 올라간 뒤, 소식이 없으므로 위의 시조를 짓고 절개를 지키다가 38세의 나이로 죽다.


★추풍인(秋風引)(가을 바람의 노래)

何處秋風至(하처추풍지)-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蕭蕭送雁群(소소송안군)-살살 불고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朝來入庭樹(조래입정수)-아침이 되여 마당 나무가지에 불어오는데

孤客最先聞(고객최선문)-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류우석  (劉禹錫)


채련곡(采蓮曲)(연꽃을 따는 노래)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련화심처계란주)-련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련자 )-당신 보고 물건너서 련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혹피인지반일 수)-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허란설헌 (許蘭雪軒)

 

 

雲卷秋空月印潭 (운권추공월인담)-구름 걷힌 가을하늘의 달이 못에 비치니

寒光無際與誰談 (한광무제여수담)-찬 빛의 끝없음을 누구와 더불어 얘기할거나.

豁開透地通天眼 (활개투지통천안)-천지를 꿰뚫는 안목을 활짝 여니

大道分明不用參 (대도분명부용참)-대도가 분명하여 참고할 게 없도다.

                                                      예장종경 (豫章宗鏡) 스님

 

 ★반달(詠半月)

誰斷崑山玉(수단곤산옥)-그 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서

裁成織女梳(재성직녀소)-직녀의 머리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牽牛一去後(견우이별후)-견우님 떠나신 뒤에 오지를 않아

愁擲碧空虛(수척벽공허)-수심이 깊어 푸른 허공에 걸어 놓았네.

                                                                황진이(黃眞伊)


곤륜산(崑崙山)은 전설상의 높은 산으로 중국의 서쪽에 있으며, 옥(玉)의 생산지이다.

견우직녀는 설화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다

한번간뒤에 온다든 견우가 오지를 않자 옥으로 만든 얼빗을 허공에 던진 것이 반달이다


★가을 새벽

日入投孤店(일입투고점)-저물어 외로운 여관에 드니

山深不掩扉(산심불엄비)-산 깊어 사립도 닫지를 않네.

鷄鳴問前路(계명문전로)-닭 우는 새벽에 앞길 묻는데

黃葉向人飛(황엽향인비)-누런 잎만 날 향해 날려오누나.

                        권필(權?, 1569-1612)


★추사(秋思) 가을 생각  

洛陽城裏見秋風-낙양성 안에서 가을 바람을 맞아

欲作家書意萬重-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쓰고자 하니 뜻이 만겹이나 되네

復恐悤悤說不盡-바쁘고 바빠서 말을 다하지 못했을까 다시 염려가 되어

行人臨發又開封-길 떠나는 사람이 출발하기에 앞서 또 다시 봉한 것을 열어보네

장적(張籍)(768-830)은 중당(中唐) 시인, 이 시는 춘향전에도 인용('行人臨發又開封')된 유명한 시이다.

 

청추선 (聽秋蟬 가을매미 소리)

萬木迎秋氣(만목영추기)-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선성난석양)-석양에 어지러운 매미 소리들  

沈吟感物性(침음감물성)-제철이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임하독방황)-쓸쓸한 숲 속을 혼자 헤맸네.

                           강정일당 (姜靜一堂)   


★옥중시

一雁秋聲遠(일안추성원)-가을 기러기 한 마리 멀리서 울고

數星夜色多(수성야색다)-밤에 헤아리는 별 색도 다양해

燈深猶未宿(등심유미숙)-등불 짙어지니 잠도 오지 않는데

獄吏問歸家(옥리문귀가)-옥리는 집에 가고 싶지 않는가 묻는다.

天涯一雁叫(천애일안규)-하늘 끝 기러기 한 마리 울며 지나가니

滿獄秋聲長(만옥추성장)-감옥에도 가득히 가을 바람소리 뻗치는구나

道破蘆月外(도파노월외)-갈대가 쓰러지는 길 저 밖의 달이여

有何圓舌椎(유하원설추)-어찌하여 너는 둥근 쇠몽치 혀를 내미는 거냐.

                                                      만해 한용운


★중양(重陽)

九月九日百潭寺(구월구일백담사)-구월 초아흐래 중양절의 백담사

萬樹歸根病離身(만수귀근병리신)-온 나뭇잎이 지니 병도 내 몸 떠나

閒雲不定孰非客(한운부정숙비객)-한가한 구름 정처 없이 누구나 나그네 아니며

黃花已發我何人(황화이발아하인)-누런 국화 꽃 이미 피었으니 나는 또 누구

溪磵水落晴有玉(계간수락청유옥)-시내에는 물이 잦아 옥돌이 드러나고

鴻雁秋高逈無塵(홍안추고형무진)-기러기 가을 하늘 높아 아득히 먼지 없다

午來更起蒲團上(오래갱기포단상)-낮 되자 다시 부들 방석 위로 일어나니

千峰入戶碧 ? ?(천봉입호벽 ? ?)-일천 봉우리 방에 들어 푸른 빛으로 솟네.

 

★주중야음(舟中夜吟)

故國三韓遠(고국삼한원)-고국 삼한은 멀리 떨어져 있고

秋風客意多(추풍객의다)-가을 바람에 나그네의 뜻은 깊어지네

孤舟一夜夢(고주일야몽)-외로운 배에서 하룻밤의 꿈을

月落洞庭波(월락동정파)-달이 떨어지니 동정호에 물결이 일어나네

                                  박인량 (朴寅亮)


★야좌유감(夜坐有感) 

秋堂夜氣淸(추당야기청)-가을 당에 밤 기운은 맑아서

危坐到深更(위좌도심경)-단정히 앉아 깊은 밤까지 이르렀네.

獨愛天心月(독애천심월)-하늘 한 가운데 떠 있는 달을 홀로 사랑하니

無人亦自明(무인역자명)-사람이 없어 절로 밝구나.

                                        이병휴 (李秉休 )

 ★ 

昨夜江南雨(작야강남우)-어제 저녁 강남에 비가 내리더니

洞庭秋水深(동정추수심)-동정호에 가을 물이 깊기도 하네.

一葉孤舟客(일엽고주객)-일엽(一葉)작은 배 외로운 나그네

月中千里心(월중천리심)-달빛 속에 고향생각 천리를 달리네.

                                            작자미상

 

 ★임종게 (臨終偈)

夢幻空花 (몽환공화)-꿈같고, 환상같고, 허공꽃같은

六十七年 (육십칠년)-육십년 칠년의 세월이여!

白鳥煙沒 (백조연몰)-백조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秋水天連 (추수천연)-가을물이 하늘에 닿았네.

                           천동굉지 (天童宏智)

 

★정야사(靜夜思) 

狀前看月光(상전간월광)-침상에 기대어 달빛을 보니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땅위가 마치 서리 내린 듯 하얗구나

擧頭望山月(거두망산월)-머리 들어 산 위의 달을 보고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머리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이백 (李白)


★방금거사야거 (訪金居士夜居)

秋雲漠漠四山空(추운막막사산공)-가을 구름은 아득히 떠 가고 온 산은 고요한데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낙엽은 소리 없이 땅에 가득 붉었구나.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시내가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내 몸이 그림 속에 있는지 알지 못하겠네.

                                            정도전 (鄭道傳)


★추석(秋夕)

銀燭秋光冷畵屛(은촉추광냉화병)-은촉불 가을 빛은 병풍에 찬데

輕羅小扇搏流螢(경라소선박유형)-가벼운 비단 부채로 반디불을 치누나.

天際夜色凉如水(천제야색량여수)-하늘 가 밤빛은 물처럼 싸늘한데

坐看牽牛織女星(좌간견우직녀성)-견우와 직녀성을 오두마니 바라보네.  


두목(杜牧)의 추석이란 시이다. 가을 밤의 애상적 분위기가 물씬한 작품이다. 방 안에는 은촉불이 타고 있고, 방에는 화사한 그림 병풍이 둘려 있다. 그녀의 손에는 가벼운 비단 부채가 쥐어져 있다. 한 눈에도 매우 넉넉한 귀족풍의 규방을 떠올릴 수 있다.


★추일작(秋日作) 가을날 짓다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산 속의 빗줄기가 밤새 대숲을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풀 벌레 소리 가을되니 침상에 가깝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흐르는 세월 어찌 멈출 수 있으랴

白髮不禁長(백발부금장)-흰 머리만 길어지는 걸 막을 수 없구나

                                          정 철(鄭 澈)


★별퇴도선생 (別退陶先生) 퇴계선생과 이별하며

追到廣陵上(추도광릉상)-뒷쫓아 광릉에 이르렀거늘

仙舟已杳冥(선주이묘명)-선주(仙舟)는 이미 떠나 아득하고나.

秋風滿江思(추풍만강사)-가을바람 이는 강가에 그리움만 가득하나니

斜時獨登亭(사시독등정)-지는 해에 홀로 정자에 올라라.

                                 정 철(鄭 澈)


★한산도(閑山島)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물 나라에 가을 빛이 저무니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추위에 놀란 기러기 떼가 높이 날아가네.

憂心輾轉夜(우심전전야)-근심하는 마음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밤에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새벽달빛이 활과 칼을 비추네.

                                          이순신(李舜臣)


★登高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불며 하늘은 맑아 한결 드높고

                                                 원숭이 울음소리는 처량하게 들리는데,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맑은 강변 白沙洲(백사주)에는 물새들이 제 보금자리인

                                                 양 날아든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우수수 지는 낙엽은, 져도 져도 한없이 자꾸만 떨어지는데,

不盡長江滾滾來(불진장강곤곤래)-무진장으로 흐르는 강물은, 흘러도 흘러도 다함이 없이

                                                있고 이어서 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객지 만리를 유랑하며 가을을 슬퍼하여

                                                 내내 나그네의 몸이 되니,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한평생 허구헌 노심(勞心)과 병고(病苦)로 지친 몸이

                                                 친구도 없이 홀로 대에 올라 답답한 가슴을

                                                헤쳐 보려고 한다.

艱難苦恨繁霜?(간난고한번상빈)-간난에 시달려 서리같이 센 귀밑털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것을 몹시 슬퍼하나니,

燎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늙고 영락(零落)한 봄임을 생각하매 또 한 잔 탁주잔을

                                                  들어 한스러운 마음을 달래려 한다.

                                                                                                두보


★풍악도중우승(楓嶽道中遇僧) 금강산 길에서 중을 만나다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앞 길에 좋은 일이 있는가,

僧出白雲間(승출백운간)-스님이 흰 구름 새를 나가네.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일만 이천봉에 나무는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가을되어 잎잎마다 단풍지나니.

                                          정철


★금강산 잡영 (金剛山雜詠)

穴網峯前寺(혈망봉전사)-혈망봉 앞에 절이 있어

寒流對石門(한류대석문)-치운 물이 석문이랑 대하고 있네.

秋風一聲笛(추풍일성적)-가을 바람 속에 피리 소리 하나가

吹破萬山雲(취파만산운)-만산의 구름을 뚫나니.

                                          정철


★연구 (聯句)

秋雲低薄暮(추운저박모)-가을 구름은 저물녘 나직도 한데

別意醉中生(별의취중생)-이별의 정은 취중에 이네.

前路崎嶇甚(전로기구심)-갈 길은 기구하기만 하니

相留多少情(상류다소정)-서로 머물고 싶은 다소의 정이여.

                                            정철


★송강정 (松江亭)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달빛은 빈 뜰 안에 가득한데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주인은 어디 갔나.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낙엽은 사립문을 덮어 버리고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바람은 소나무에서 밤새도록 속삭이네.

                                             정철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 소세양판서를 보내면서

月下梧桐盡(월하오동진)-달빛에 오동잎이 다지고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서리에 들국화 황금빛이 되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누각 높이가 하늘이 한 자이고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사람은 천 잔 술에 취했도다. 

流水知琴冷(유수지금랭)-유수(流水)는 거문고 소리와 응하여 차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매화는 피리 소리와 어울려 향기롭다.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내일 아침 이별하고선 

精興碧波長(정흥벽파장)-내 정회(情懷)는 푸른 물결이 되어 흐르리라.

                                   황진이

조선조 여류시인으로서, 허난설헌(許蘭雪軒)과 비견할만한 인물은 황진이 한 사람 뿐이라고 높히 평가되고 있으며, 한시에는 허난설헌에게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시조에 있어서는 황진이가 독보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산리벽계수(靑山裡碧溪水)

靑山裡碧溪水(청산리벽계수)-청산리(靑山裏) 벽계수(碧溪水)야

莫誇易移去(막과이이거)-수이 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不復還(일도창해부부환)-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오니   

明月滿空山(명월만공산)-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暫休且去若何(잠휴차거약하)-쉬어 간들 어떠리

                                      황진이


★박연폭포 (朴淵瀑布)

一派長天噴壑(롱일파장천분학롱)-한 줄기 물줄기 하늘에서 골짝에 떨어져

龍湫百?水叢叢(용추백인수총총)-용추못 백 길되는 물줄기 용솟음 치는구나

飛泉倒瀉疑銀漢(비천도사의은한)-날아 오른 샘물은 거꾸로 쏟아진 은하수인듯

怒瀑橫垂宛白虹(노폭횡수완백홍)-성난 듯 한 물결이 흰 무지개처럼 드리웠구나 

雹亂霆馳彌洞府(박난정치미동부)-날리는 우박, 치닫는 우뢰소리 골짝에 가득 차고

珠聳玉碎徹晴空(주용옥쇄철청공)-구슬같이 치솟아 옥같이 부셔져 하늘까지 이른다

遊人莫道廬山勝(유인막도려산승)-나그네여, 여산의 폭포만 좋다고 말하지 말라 

須識天磨冠海東(수식천마관해동)- 이 천마산 폭포가 해동의 제일임을 알아야 하리

                                                                 황진이


★감추회문 (感秋回文)

散暑知秋早(산서지추조)-더위도 사라지고 가을이 되니

悠悠稍感傷(유유초감상)-이시름 저시름 마음 상하네

亂松靑蓋倒(난송청개도)-푸른 그늘 거꾸러져 일산 펴든듯

流水碧羅長(유수벽라장)-물소리 조랑조랑 흘러 가노니 

岸遠凝煙皓(안원응연호)-연기는 멀리멀리 희게 어리고

樓高散吹凉(루고산취량)-다락은 높고 높아 서늘하구나

半天明月好(반천명월호)-반넘어 기우른 밝은 저달이

幽室照輝光(유실조휘광)-소리 없이 방안에 비치어 오네

                                   이지심 (李知深)


★사시 (四時) 봄 여름 가을 겨울

春水滿四澤(춘수만사택)-봄 물은 연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하운다기봉)-여름 구름은 산봉우리들처럼 떠 있네.

秋月揚明輝(추월양명휘)-가을 달은 밝은 빛을 비추고

冬嶺秀孤松(동령수고송)-겨울 산마루엔 큰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네.

                                   도연명 (陶淵明)


★영회(詠懷) 

三千里外美人在(삼천리외미인재)-삼천리나 먼 밖에 그리운 님 계시온데

十二樓中秋月明(십이누중추월명)-열 두 누각엔 가을 달이 밝도다.

安得此身化爲鶴(안득차신화위학)-어찌 이 몸 화하여 학으로 될 수 있다면

統軍亭下一悲鳴(통군정하일비명)-님 계신 통군정 아래 한 번 슬피 울어나 볼 것을.

                                        정철 (鄭澈)


★감로사차운(甘露寺次韻) 감로사의 운을 따라

俗客不到處(속객부도처)-속된 세상 사람은 오지 않는 곳에   

登臨意思淸(등임의사청)-올라와 바라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山形秋更好(산형추경호)-산의 모습은 가을에도 또한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강물 빛깔은 밤이면 더욱 밝다.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흰 물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외로운 배는 홀로 가기 가볍다.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부끄러워라,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반평생 동안 공명 찾아 허덕였구나.

                              김부식 (金富軾)

 절을 찾아서 자신이 살아온 반생을 돌아보며 더욱 높은 정신 세계를 지향하려는 뜻을 담았다. 첫 연에서 속된 사람과 정신이 맑은 경지를 대비해 보여주고, 둘째 연에서 정신이 맑은 경지에서 보는 산의 모습과 강물 빛깔이 봄보다는 가을이, 낮보다는 밤이 더욱 좋다고 하여, 세속적 입장보다 한 차원 높은 세계가 있음을 표현하였다. 셋째 연에서 맑고 높은 경지를 풍경에 투사했는데, 그것은 흰 물새처럼 높이 날고 외로운 배 같이 가벼운 경지라는 말이다. 끝 연은 또 지나온 자기 생애에 대한 한탄이다. 달팽이 뿔처럼 좁은 세상에서 권세를 차지하고자 분투해 온 자신의 일생을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구축한 기반을 부정하고 은둔하지는 않았으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탄일 뿐이다.


★도의사 (도衣詞)

皎皎天上月(교교천상월)-희고 흰 하늘에 떠 있는 저 달이

照此秋夜長(조차추야장)-이 가을 긴긴 밤을 비춰주니라.

悲風西北來(비풍서북래)-슬픈 바람은 서북으로부터 불어오고

실솔鳴我床(실솔명아상)-귀뚜라미는 나의 평상 틈에서 우니라.

君子遠行役(군자원행역)-임은 먼 곳에 가서 나라를 지키고

賤妾守空房(천첩수공방)-아내는 쓸쓸히 빈 방을 지키니라.

空房不足恨(공방불족한)-빈 방을 지키는 것이 족히 한이 되는 것은 아니나

感子寒無裳(감자한무상)-임이 추운 곳에서 옷이 없어 떠는 것이 걱정이 되니라.

                                                      설손


★강릉경포대 (江陵鏡浦臺)

雨晴秋氣滿江城(우청추기만강성)-비 개니 가을 기운 강언덕에 가득하고

來泛扁舟放野情(내범편주방야정)-다가오는 조각배는 한껏 소박한 정취로다.

地入壺中塵不倒(지입호중진불도)-땅은 병속에 들어 티끌도 이르지 못하고

天遊鏡裏畵難成(천유경리화난성)-하늘은 경포 속에 노니 그리기 어렵도다.

烟波白鷗時時過(연파백구시시과)-아지랭이 물결에 흰 갈매기만 때때로 오가고

沙路靑驢緩緩行(사로청려완완행)-모랫길엔 나귀가 느릿느릿 가는구나

爲報長年休疾棹(위보장연휴질도)-늙은 사공 보고 힘든 삿대길 쉬게 하고

待看孤月夜深明(대간고월야심명)-홀로 뜬 달 바라보니 밤 더욱 밝구료.

                                     안축 (安軸)


★음주(飮酒)

結廬在人境(결려재인경)-변두리에 오두막 짓고 사니 

而無車馬喧(이무거마훤)-날 찾는 수레와 말의 시끄러운 소리 하나 없네

問君何能爾(문군하능이)-묻노리, 어찌 이럴 수 있는가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니, 사는 곳도 구석지다네

採菊東籬下(채국동리하)-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 따며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편안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산기일석가)-산기운은 저녁 햇빛에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비조상여환)-나는 새들도 서로 더불어 둥지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차간유진의)-이러한 자연 속에 참다운 삶의 뜻이 있으니

欲辨已忘言(욕변이망언)-말로 표현하려해도 할 말을 잊었네

                                 도연명(陶淵明)


★주중야음 (舟中夜吟)

故國三韓遠(고국삼한원)-고국인 삼한 땅은 멀고

秋風客意多(추풍객의다)-가을 바람에 나그네의 회포는 많기도 하다.

孤舟一夜夢(고주일야몽)-외로운 배에 실은 하룻밤 꿈길

月落洞庭波(월락동정파)-달도 진 동정호에 물결이 인다.

                                   박인량 (朴寅亮)


★홍경사 (弘慶寺) 

秋草前朝寺(추초전조사)-가을 풀이 우거진 고려 시대의 남은 절에

殘碑學士文(잔비학사문)-낡은 비석에는 당시의 이름난 선비를 글귀만 남았도다.

千年有流水(천년유류수)-천 년 세월이 흐르는 물같음이 있으니

落日見歸雲(낙일견귀운)-떨어지는 저녁 해에 떠 가는 구름만 바라보고 있노라.

                                            백광훈 (白光勳)


★한아서부경(寒鴉栖復驚) 

楓葉冷吳江(풍엽냉오강)-단풍잎은 오강에 싸늘도 한데 

蕭蕭半山雨(소소반산우)-우수수 반산엔 비가 내리네. 

寒鴉栖不定(한아서부정)-갈가마귀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 

低回弄社塢(저회롱사오)-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거리네.

渺渺黃雲城(묘묘황운성)-아스라히 먼지 구름 자욱한 성에

依依紅葉村(의의홍엽촌)-안타까이 붉은 잎 물들은 마을 

相思憶遠人(상사억원인)-먼데 있는 그대가 그리웁구나

聽爾添鎖魂(청이첨쇄혼)-네 소리 듣자니 애가 녹는다.

                                   김시습


★화학(畵鶴)

獨鶴望遙空(독학망요공)-한마리 학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夜寒拳一足(야한권일족)-밤은 찬데 한 다리를 들고 서있네.

西風苦竹叢(서풍고죽총)-참대 숲에 서풍이 불어오더니 

滿身秋露滴(만신추로적)-온 몸에 가을 이슬 뚝뚝 듣누나. 

                                    이달(李達)



★산중 (山中)

採藥忽迷路(채약홀미로)-약초를 캐다가 문득 길을 잃었는데

千峯秋葉裏(천봉추엽리)-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었네.

山僧汲水歸(산승급수귀)-산승이 물을 길어 돌아가고

林末茶烟起(임말차연기)-숲 끝에서 차 달이는 연기가 피어나네.

                                           이이 (李珥)


★차추흥 (次秋興)

幽居寥落對秋山(유거요락대추산)-쓸쓸히 숨어사는 형편에 가을산 대하니

濃淡雲霞戶?間(농담운하호유간)-창틈 새로 보인 구름과 놀 농담이 뒤섞였다

五世祖孫傳宅里(오세조손전택리)-오대째 살아온 이마을 저택

一溪兄弟共門關(일계형제공문관)-시내를 사이한 형제간들 대문을 함께 했다

老來轉覺書中味(노래전각서중미)-늙으막에 바뀐 생각 책 속 진리 음미하고

暑退方蘇病後顔(서퇴방소병후안)-더위 가시자 병마에서 되살아났네

晏起早眠吾事辨(안기조면오사변)-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내 형편 생각하고

較量霜曉??班(교량상효진원반)-서리친 새벽 조회에 치닫던 때와 비교해보네.

                                                      조영석


★줄 없는 거문고(無弦琴)

달은 거문고 되고 바람은 그 줄이 되나니

청음(淸音)은 손끝에 있지 않네

때로는 무생곡(無生曲)을 튕겨 내나니

솔가지에 이슬 맺혀 학은 잠들지 못하네.

                          지옹


★노상(路上)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말을 타고 가면서 촉도난을 읊으니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복입진관)-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진관에 다시 드네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파란 구름 이는 저녁은 어부수 저쪽이요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단풍나무 가을은 조서산에 잇닿았네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문자(文字)는 천고 한을 보탤 따름인데

利名誰博一身閒(이명수박일신한)-명리가 그 누구의 한가함을 널렸던가

今人最憶安和路(금인최억안화로)-대지팡이 짚새기로 편안한 차림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스스로 오고감이 생각나네.

                                                 이제현


★소상야우(瀟湘夜雨) 

楓葉蘆花水國秋(풍엽노화수국추)-단풍잎과 갈대꽃 수국의 가을인데

一江風雨灑扁舟(일강풍우쇄편주)-강바람이 비를 몰아 작은 배에 뿌리네

驚回楚客三更夢(경회초객삼경몽)-놀라 돌아오니 고달픈 나그네의 한밤중 꿈을

分與湘妃萬古愁(분여상비만고수)-이황 여영의 만고의 시름으로 나누어주네.

                                                   이제현


★소상야우(瀟湘夜雨) 

江村入夜秋陰重(강촌입야추음중)-강촌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운데

小店漁燈光欲凍(소점어등광욕동)-조그만 주막에 고깃불 얼겠다.

森森雨脚跨平湖(삼삼우각과평호)-빗발이 주룩주룩 편편 호수 걸렸는데

萬點波濤欲飛送(만점파도욕비송)-만 방울 파도는 날아갈 듯 하는구나.

竹枝蕭瑟碎明珠(죽지소슬쇄명주)-바삭바삭 댓가지 밝은 구슬 부수듯하고

荷葉翩翩走?汞(하엽편편주환홍)-연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굴린다.

孤舟徹曉掩蓬窓(고주철효엄봉창)-밤새도록 외론 배 봉창을 닫아놓아

緊風吹斷天涯夢(긴풍취단천애몽)-바람 부는 하늘가 꿈을 끊어 버린다.

                                                    진화(陣?)


★규원 (閨怨)

月棲秋盡玉屛空(월서추진옥병공)-달 밝은 누각 가을은 가고 방은 텅 비었네

霜打廬洲下暮鴻(상타여주하모홍)-서리 내린 갈섬에 기러기 내린다.

瑤琴一彈人不見(요금일탄인부견)-거문고 타고 있어도 임은 보이지 않고

藕花零落野塘中(우화영락야당중)-연꽃은 연못으로 한 잎 두 잎 떨어지네.

                                              허난설헌(許蘭雪軒)


★추강만도(秋江晩渡)

落日歸棹緩(낙일귀도완)-지는 해에 느릿느릿 돌아가는 배

瘡江秋思加(창강추사가)-푸른 강에는 가을빛 더욱 깊어

雙鱗上荷葉(쌍린상하엽)-짝지은 물고기 연잎 위로 뛰고

一雁下?花(일안하빈화)-마름꽃 마름밑으로 날아드는 외기러기

                                     백균(伯均) 명나라 시인


★추석루거(秋夕樓居)

月裏靑山淡如畵(월이청산담여화)-달빛 속의 푸른 산 그림과 같고

露中黃葉颯然秋(노중황엽삽연추)-이슬 맞은 단풍잎 삽연한 가을

危欄倚?都無寐(위란의편도무매)-높은 난간에 의지해 잠 못 이룸은

祗恐星河墮入樓(지공성하타입루)-은하수가 다락 위로 떨어질까바

                              오융(吳融) 당 시인


★추야산거(秋夜山居)

幽居正想飡霞客(유거정상손하객)-고요한 곳에 머물러 있으니 찬하객이 된 듯

夜久月寒珠露滴(야구월한주로적)-깊은 밤 싸늘한 달빛 구슬이슬 방울지네         

千年獨鶴兩三聲(천년독학양삼성)-천년 외로운 학이 두세 번 울면서

飛下巖前一枝栢(비하암전일지백)-바위앞 잣나무 가지에 날아 앉는다

                                           시견오(施肩吾) 당 시인


★추야우음차고운(秋夜偶吟次古韻)

秋夜?篁動曉風(추야소황동효풍)-가을 밤 새벽 바람에 성긴 대 흔들리고

一輪明月掛遙空(일륜명월괘요공)-둥그런 밝은 달이 아득히 하늘에 걸렸는데

幽人無限滄浪趣(유인무한창랑취)-유인은 물결같이 사는 정취 흥겨워서

只在瑤琴數曲中(지재요금수곡중)-요금을 끌어 당겨 당겨 몇 곡조 퉁겨본다

                                        고산 윤선도 조선조 시인


★추야우중(秋夜雨中)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가을바람 쓸쓸하고 애처로운데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세상에는 알아줄이 별반 없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창밖에 밤은 깊고 비는 오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잔불만 고요히 비추어 주네

                              최치원  신라 시인


★가을(秋)

??微微著痰霜(구체미미저담상)-섬돌위에 쌀쌀한 무서리 내려

?衣新護玉膚凉(겹의신호옥부량)-겹옷을 새로 지어 차려 입었네

王孫不解悲秋賦(왕손불해비추부)-가을이 처량함을 왕손은 모르는지

只喜深閨夜漸長(지희심규야점장)-색씨방에 밤이 길어 좋다구 하네

                                  진온(陳溫) 고려 시인


★추일(秋日)

竹分翠影侵書榻(죽분취영침서탑)-대그림자 시원하게 서탑에 들고

菊送淸香滿客衣(국송청향만객의)-국화는 향기로이 옷속에 차네

落葉亦能生氣勢(낙엽역능생기세)-뜰 앞에 지는 잎 무어 좋은지

一庭風雨自飛飛(일정풍우자비비)-쓸쓸한 비바람에 펄렁대누나

                                 권우(權遇) 조선시대 시인


★국화불개창연유작(菊花不開?然有作)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국화는 무슨일로 더디피련고

一秋淸興?東籬(일추청흥만동리)-올가을 좋은흥도 늦어만 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서풍은 왜이리도 무정하온지

不入黃花入?絲(불입황화입빈사)-귀밑에 서릿발을 재촉하느니

                              서거정(徐居正) 조선시대 시인


★추일영회(秋日詠懷)

光陰忽忽歲將?(광음홀홀세장추)-세월은 어느듯 해가 거의 다하고

萬里 ?愁獨依樓(만리 ?수독의루)-만리박 나그네 애를 끓이오

鏡裏紅顔非昔日(경이홍안비석일)-거울속 비친얼골 옛날 아니고

?邊華髮又今秋(빈변화발우금추)-살쩍머리 센터럭 벌서늙었네

寒蟬?露求高樹(한선읍로구고수)-가으매미 찬이슬에 얼어울고요

旅雁隨風落遠洲(여안수풍락원주)-든기러기 바람따라 물에 앉으니

??幾年歸未得(초창기년귀미득)-그린고향 가지못함 몇해이런가

故園松桂夢中幽(고원송계몽중유)-꿈속에 보던동산 그윽하구나

                                       정회원(鄭恢遠) 조선시대 시인

 

★추야작(秋夜作)

小窓殘月夢初醒(소창잔월몽초성)-고이든잠 깨어보니 새벽달 창에 들고

一枕愁吟柰有情(일침수음내유정)-쓸쓸한 이내심사 벼개머리 헡어지네

却悔從前輕種樹(각회종전경종수)-이럴줄 모르고서 나무심어 놓았는가

滿庭搖落作秋聲(만정요락작추성)-우수수 지는소리 애 더욱 끓이느니

                                 김연광(金鍊光) 조선시대 시인


★걸국화(乞菊花)

淸秋佳節近重陽(청추가절근중양)-가을이라 중양절 가까워지니

正是陶家醉興長(정시도가취흥장)-따는 바루 새술추;게 마실적일세

相見傲霜花滿?(상견오상화만체)-섬돌위 국화곱게 피었으려니

可能分與一枝香(가능분여일지향)-한가지 좋은향기 나눠주시오

                          해원군 이건(海原君 李健) 조선시대 시인


★추사(秋思)

滿庭梧葉散西風(만정오엽산서풍)-오동잎 바람따라 우수수 지는소리

孤夢初回燭淚紅(고몽초회촉루홍)-겨우든잠 깨고보니 ?Y불홀로 눈물지네

窓外候蟲秋思苦(창외후충추사고)-창밖에 섬돌밑에 귀두라미 슬피울어

泮人啼到五更終(반인제도오경종)-시름하는 사람함께 잠못들고 새는구나

                                       김효일 (金孝一) 조선시대 시인


★추야(秋夜)

秋天寥落夜凉多(추천요락야량다)-가을하늘 텡비우고 가을밤 쌀쌀한데

月色雲容澹似波(월색운용담사파)-달빛에 물이들은 구름마저 조촐쿠나

莫遣西風催玉露(막견서풍최옥로)-이제로 바람높아 찬이슬 맺게되면

恐殘窓外小塘荷(공잔창외소당하)-곱게핀 연꽃송이 시들을가 저어하네

                                      유계(兪棨)  조선시대 시인

 

★추야우중 (秋夜雨中)

秋風惟苦吟(추풍유고음)-가을 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온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깊은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불 앞 외로운 마음 만리를 달리네.

                                                                최치원 (崔致遠)


★추경(秋景)

秋山樵路轉(추산초로전)-숲속으로 구비도는 가을산길이

去去唯淸風(거거유청풍)-가도가도 푸른안개 그것뿐이네

夕鳥空林下(석조공림하)-잘새는 빈수?V로 날아내리고

紅葉落兩三(홍엽락양삼)-고은단풍 두셋잎 떨어지누나

                               최석항 (崔錫恒) 조선시대 시인


★추야(秋夜)

老樹荒岡響遠聞(노수황강향원문)-바람은 숲을 울려 멀리로서 들려오고

深夜霜意亂黃雲(심야상의난황운)-밤들어 하늘차니 서리아마 내리겠네

汀洲客?如相語(정주객안여상어)-물가에 뜬기러기 떼를지어 소리할제

月在西峰缺半分(월재서봉결반분)-서산머리 지는달 반만걸려 떠있구나

                                          윤치 (尹治) 조선시대 시인


★추야(秋夜)

西風吹動碧梧枝(서풍취동벽오지)-서풍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밤

落葉侵窓夢覺時(낙엽침창몽각시)-오동잎 지는소리 잠이깨였네

明月滿庭人寂寂(명월만정인적적)-밝은달 뜰에가득 고요하온데

一簾秋思候蟲知(일염추사후충지)-슬피우는 귀뚜라미 가을알리오

                                      박영 (朴?) 조선시대 시인


★산행(山行)

斜日不逢人(사일불봉인)-해지도록 만나는이 한사람없고

徹雲遙寺磬(철운요사경)-구름밖에 풍경소리 들려만오네

山寒秋己盡(산한추기진)-날씨차고 가을이미 저물어가니

黃葉覆樵徑(황엽복초경)-단풍들어 지는잎 산길을덮네

                                 석지영(石之嶸) 조선시대 시인


★추야월우명(秋夜月又明)

繡簾捲盡畵樓頭(수렴권진화루두)-그림같은 다락머리 주렴걷고 앉았으니

坐看金風木葉流(좌간금풍목엽류)-가을바람 불어오며 지는잎 물에떴네

萬星碧?如海日(만성벽소여해일)-별을 뿌린 하늘위에 뚜렸이 솟은달은

年年高著不曾休(년년고저불증휴)-해마다 높이걸어 떨어질줄 모르네

                              사도세자 (思悼世子) 조선 정조의 아버지


★추일전원(秋日田園)

柴門新拓數弓荒(시문신척수궁황)-사립문밖 묵밭새로 일어냈으니

眞是終南舊草堂(진시종남구초당)-종남산 기슭이 옛터전일세

藜杖閒聽田水響(려장한청전수향)-지팡이 꽂아놓고 물고를보고

?輿時過稻花香(?여시과도화향)-대바구니 손에들고 들러나가네

魚梁夜火歸寒雨(어량야화귀한우)-고깃불 찬비속을 젖어돌오고

蟹窟秋煙拾早霜(해굴추연습조상)-계연기 된서리에 얼어서렸오

始信鄕園風味好(시신향원풍미호)-이제겨우 시골재미 알게?瑛릿?

百年吾欲老耕桑(백년오욕노경상)-앞으론 농사지어 늙으려하오

                                이서구 (李書九) 조선시대 시인


★창헌추일(蒼軒秋日)

歸雲映夕塘(귀운영석당)-가는구름 못물위에 떠러저뜨고

落照飜秋木(락조번추목)-저녁노을 나뭇가지 걸려붉었네

開戶對靑山(개호대청산)-창을여니 푸른산 우뚝서있어

悠然太古色(유연태고색)-언제든지 옛모습 그대로일세

                              범경문 (范慶文) 조선시대 시인


★추회(秋懷)

秋來病起減腰圍(추래병기감요위)-병든모 가을들어 몸집마저 여위는데

倦枕看山繞翠微(권침간산요취미)-벼개를 돋우비고 산만바라 누었구나

黃葉村深人不到(황엽촌심인불도)-단풍잎 짙은마을 오는사람 하나없고

雀羅終日掩柴扉(작라종일엄시비)-새그늘 종일토록 사립위에  쳐놓았네

                                       이채 (李采) 조선시대 시인


★추침(秋砧) 가을 다디미 소리

百濟城高一雁飛(백제성고일안비)-허무러진 성터위로 외기러기 나르는데

憶郞秋夜減腰圍(억랑추야감요위)-가을밤 임그리워 가는허리 더야위웠네

西關北塞無征戌(서관북새무정술)-북쪽새방 무사한지 수자리 간이없고

只是忠州?客衣(지시충주고객의)-밤을새어 뚜디는건 싹다듬이 소리구나

                                    정힉연 (丁學淵) 조선시대 시인


★추일산중즉사(秋日山中卽事)

高林策策響西風(고림책책향서풍)-나무 숲 우수수 바람앞에 울부짖고

霜果團團霜葉紅(상과단단상엽홍)-과실모두 서리멎어 잎새함께 붉엇구나

時有隣鷄來啄栗(시유인계래탁율)-이웃 달가 모아들어 널은 서속 쪼아먹되

主人看屋臥庭中(주인간옥와정중)-주인은 모르고서 뜰위에서 잠만자네

                                     왕석보 (王錫輔) 조선시대 시인


★추흥(秋興)

獨抱琴書久掩扉(독포금서구엄비)-고(琴)를뜯고 책을 보며 조용하게 살아가니

迂儒心事世相違(우유심사세상위)-시꺼러운 세상형편 마음서로 맞질않네

伊來病骨知寒早(이래병골지한조)-병들고 약한몸이 추위일직 알게되어

八月中旬己授衣(팔월중순기수의)-팔월도 반못가서 철옷구며 입었으니

                             강난향 (姜蘭馨) 조선시대 시인


★추만출혜화문(秋晩出惠化門)

小靑門外市塵空(소청문외시진공)-소청문밖 내달으니 먼지잠자고

驢背斜陽??紅(려배사양염염홍)-나귀등에 지는햇볕 곱게비치네

野菊溪楓霜意近(야국계풍상의근)-단풍붉고 국화곱게 피어있어서

十分秋色畵圖中(십분추색화도중)-가을풍경 그림인듯 황홀하구나

                          정대식 (丁大?) 조선시대 시인


★추침(秋砧) 가을 다디미 소리

手製郞衣草色新(수제랑의초색신)-풀빛파릇 좋을적에 봄노리 하신다고

香塵?了五陵春(향진투료오릉춘)-차려입고 가신그옷 곤때묻어 더러울걸

春閨一別無消息(춘규일별무소식)-한번훌적 떠나신님 소식마저 아득한데

?作秋燈不寐人(만작추등불매인)-가을밤 새워가며 옷다듬어 무얼하나

                                     정익용 (鄭益鎔) 조선시대 시인


★추야유감(秋夜有感)

陽江館裡西風起(양강관리서풍기)-나그네마음 처량할제 가을바람 불어와서

後山欲醉前江淸(후산욕취전강청)-산취한듯 붉었는데 강물만은 맑았구나

紗窓月白百蟲咽(사창월백백충인)-사창에 달이밝고 귀뚜리도 슬피울제

孤枕衾寒夢不成(고침금한몽불성)-외로울사 벼겟머리 꿈도자로 못이루네

                                              작자미상 조선시대


★창암정(蒼岩亭)

移棹蒼江口(이도창강구)-노를저어 강어구에 배를 대이니

驚人宿鳥飜(경인숙조번)-자든새 놀라깨어 펄펄나르네

山紅秋有迹(산홍추유적)-가을은 나뭇잎에 곱게물들고

沙白月無痕(사백월무흔)-밝은달 모래밭에 떠러져희네

                      장성기생 추향(長城妓生 秋香) 조선시대


★추사(秋思)

洞天如水月蒼蒼(동천여수월창창)-파란달빛 차거웁게 쌀쌀하온데

樹葉簫簫夜有霜(수엽소소야유상)-나뭇잎 지는소리 처량하구나

十二?簾人獨宿(십이상렴인독숙)-비단주렴 드린속에 혼자누으니

玉屛還?繡鴛鴦(옥병환이수원앙)-원앙침 함께하는 임이그리워

              안동권씨 여종 취죽(安東權氏 家婢 翠竹) 조선시대



★ 가을

颱風襲萬里(태풍습만리)-태풍이 불어와 사방을 덥치고,

暴雨日增流(폭우일증류)-사나운 비는 날마다 더욱더 흘러 내리네.

野毁人心愁(야훼인심수)-들녘은 무너져 사람의 마음 근심스러운데,

唯실亂醒秋(유실난성추)-오직 귀뚜라미 시끄러워 가을이 옴을 알았네.

                                  작자미상

 

가을

殘暑逼軒楹(잔서핍헌영)-남은 더위가 난간을 핍박하건만

滿野秋光天降祥(만야추광천강상)-들에 가득한 가을빛이 상서로운 조짐인지

雨過餘熱遞新涼(우과여열체신량)-비가 지나자 남은 더위가 서늘하게 바뀌었네

露華初重夜生涼(로화초중야생량)-이슬 꽃이 막 내려 밤이면 서늘해지네

天衢漂渺氣凝祥(천구표묘기응상)-아득한 하늘 거리에 상서로운 기운이 어리어

河漢無波夜色涼(하한무파야색량)-은하수는 물결 없고 밤 빛은 서늘하네

蟬老燕歸風颯颯(선로연귀풍삽삽)-매미는 늙고 제비는 돌아가 바람도 쓸쓸한데

虫弔藜床序已秋(충조려상서이추)-명아주 평상에 벌레 우니 벌써 가을인가

聲緊孤梧金井畔(성긴고오금정반)-오동나무 우물가에 벌레소리 들리자

中秋氣候稍淸寒(중추기후초청한)-한가위 날씨가 차츰 맑고 서늘해져

月從山頂湧銀槃(월종산정용은반)-달은 산꼭대기에서 은 쟁반으로 솟아오르네

九月九日天光淸(구월구일천광청)-구월 구일에 하늘빛이 맑아

菊澗楓林又一秋(국간풍임우일추)-국화꽃 단풍나무가 또다시 가을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