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행동은 약속할 수 있지만, 감정은 약속할 수 없다. 감정은 변
덕스럽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언제까지 사랑하겠다든지, 언
제까지 증오하겠다든지, 혹은 언제까지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서슴치 않고 결행하는 인간은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을
약속하는 것과 같다.
통상적으로 애정이나 증오에서 비롯되는 감정, 혹은 이와 비
슷한 동기에서 파생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약속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언제까지 사랑하겠다는 약속은 내가 너를 사
랑하는 한 나는 너에게 사랑의 행동을 나타낼 것이며, 내가 너
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경우 너 역시 같은 동기에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이런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자
신들의 애정은 변치 않을 것이며, 언제까지나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망상만이 껍데기처럼 늘어지게 된다. 즉 자신에 대한
기만 없이 누군가에게 영속적인 애정을 약속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껍데기가 영원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새로운 신념에 매혹된 적이 없는 자. 아직도 처음 걸려든 그
신념의 그물에 언제까지나 매달리려 하는 인간은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든 간에 변할 수 없는 그의 신념으로 말미암아 뒤처
진 문화의 대표자가 되곤 한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낯설고, 어리석으며, 가르치는 것이 불
가능하고, 걍퍅하며, 영원한 비방자로 남는다. 이들은 자신의
뒤떨어진 관념을 강요하고자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무법자
가 되기 쉽다. 그들은 다른 의견이 자신의 주변에서 떠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